학생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교실놀이가 초등학교 현장에서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학교 안 놀이의 확장성이 엿보인다. 놀이는 학습 목표를 보다 즐겁게 달성하도록 학생들을 돕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놀이를 이용한 수업은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구 남덕초등학교의 한 3학년 교실에서 이00 교사는 그림책을 읽으며 수업했다. 수업 주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교실 안 TV에 그림을 띄워놓고 '까만아기양'이라는 책을 읽어준 후 학생들이 역할을 정한다. 책 속 주인공인 '까만아기양'과 악역인 양치기 개 '폴로' 등을 맡아 잡기놀이를 했다. 학생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서로를 잡기 시작했다. 책상을 한쪽으로 밀어내니 교실이 놀이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중간에 서로 역할을 바꾸며 '역지사지'라는 내용을 자연스레 체득했다.
놀이 수업은 배움을 전제로 하는 놀이라는 측면에서 그냥 노는 것과 다르다.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적합한 놀이 방식을 선택하는지가 관건이다. 수학 수업에 주로 카드놀이, 게임 등을 활용하고 역사와 국어 시간에 역할놀이 기법을 쓰는 이유이다. 특히 연극은 활발하게 쓰이는 놀이 수업 방식이다.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직무연수에서도 해당 강의가 있다. 올해 여름 직무연수를 연 서울초등교육연극연구회에는 10명이 참석했다. 교사와 연구자 등 정기 회원들로 구성된 연구회는 매월 1회씩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이번 직무연수는 외부에 연구 결과를 공유한 첫 행사였다.
놀이 수업은 정부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야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이 사용하는 새 교과서를 개발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구성을 강조했다. 놀이 중심의 학습 활동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수학 교과를 또래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해 '수학은 내 친구' '놀이 수학' 등 놀이 활동 중심으로 구성했다.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등도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교과서를 만들었다. 놀이를 접목한 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교육청별로 보다 적극적으로 놀이가 접목된 수업을 권장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부터 1, 2학년에 학급당 놀이수업 교구비를 지원한다. 올해는 연 10만원으로 작년보다 4만원이 늘었다. 올해 총 지원비는 5억7000만원 정도이다. 정지숙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수업 변화가 놀이와 연계돼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교육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최근 관련 교재 개발·보급, 교사 연수 등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반응도 좋다. 서울시교육청이 9월 진행한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4.5%가 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으로 '놀이중심의 학생 참여수업'을 꼽았다. 중간놀이와 놀이중심교육 만족도도 매우 만족이 50%, 만족이 34%에 달했다. 교육 과정 운영에 바라는 점으로 학부모 43%가 '아이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놀이중심 수업'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