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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여성에 대한 폭력 더이상 방치 할 수 없다.

 


  몇 일전, 한 인간으로서의 삶보다는 여자가 공부 잘하면 안 되는데....’라는 말씀을 하실 정도로 여자로서의 인생에 순종하고 사셨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별세 후 이제 엄마는 고아다.’라는 엄마의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이제부터는 내가 엄마의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다는 당찬 생각을 해보았다. 문득 어머니로부터 들은 왕고모할머니의 인생에 대한 얘기가 생각난다. 평생을 남편의 도박과 외도 및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남편의 혼외 아들까지 6남매를 혼자 양육하고, 가족들의 생계까지 책임지신 그 시대에는 귀감이 될 만한 여성이었다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나의 말에 어머니께서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인간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보다는 열심히 사신 한 사람의 인생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현재에도 여전히 여성을 포함한 약자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은 남아있으며, 직면한 현실들은 외면하지 말고 실력과 성실한 생활태도로 극복하여 한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삶을 멋지게 살았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을 덧붙이며 말씀하셨다. 여성으로서의 삶? 인간다운 삶? 다른 것일까?

 

오는 1125일은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데, 이날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살해당한 것을 기념해 1981년 제정되었으며, 1999년에 유엔이 공식적으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제정·공포 했다고 한다. 또한 매년 11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부터 세계 인권의 날인 1210일까지의 기간을 여성폭력 추방주간 ‘16일간의 행동’(16 days of activism)으로 정한 후 세계 각국에서 여성폭력의 실태를 알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고 한다. 전 세계 여성운동가들은 이 기간 동안 여성폭력 실태를 알리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모든 폭력을 추방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91년 한국여성의 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부남대책위원회, 성폭력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 등 4개 단체가 처음으로 여성폭력추방주간을 선포한 후 현재까지 꾸준히 여성폭력 추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이 제정되고 35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 세계 여성의 3명 중 1명은 여전히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최근 12년 동안 남편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피해를 당해온 여성이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했고, 아내를 살해한 그 전과범인 남성이 재혼한 여성마저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 폭력문제를 개인의 사소한 문제로만 보고 제도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과거에 비해 우리사회에서의 여성인권과 지위가 크게 신장되었지만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서 각 종 폭력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2015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강력범죄 피해자 가운데 여성이 85.6%였고 특히 성폭력의 경우 94.1%를 차지하고 있다. 폭력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성폭력·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라고 한다. 올해 강남역사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등 끔찍한 여성범죄가 커다란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여성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성폭력·가정폭력을 반드시 척결해야 할 ‘4대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 사건대응 및 재발방지에 이르는 종합적인 근절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2013년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성범죄 친고죄를 폐지했고, 전국 69000여개에 이르는 해당 기관에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했다. 더불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폭력예방 교육을 확대해 남녀노소 모두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건 대응과 피해자 지원 단계에서는 상담·의료·수사·법률·심리치료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1366 긴급피난처’, 폭력피해 보호시설 등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해 가고 있으며, 사건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성폭력·가정폭력 전담 수사팀을 확대하고, 가정폭력 사건 발생 시 경찰의 현장출동을 의무화했으며, 가해자 처벌과 관련해서는 성폭력 가해자의 공직임용을 막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징계하는 법령개정을 완료했다. 한편 재발방지 측면에서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등록 제도를 체계화하고, 언제 어디서나 주변의 성범죄자 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 애플리케이션 보급에 힘쓰고 있다. 특히 최근 부모교육과 부부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는 것은 건강한 가족가치를 확산시켜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을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인지 최근 몇 년 사이 성폭력 미검거율이 3.6%까지 낮아지고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가정폭력 재범률이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하니 희망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성폭력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가정폭력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안전도가 더 많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는 1125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부터 일주일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성폭력·가정폭력 추방 실천 캠페인을 펼친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남성들이 우리사회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에 앞장서는 적극적인 실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며, 특집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성매매·아동폭력·데이트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변화의 주체로서 남성들의 각성과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다고 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흔히 강간이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과 같은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모두 그 심각성에 공감하고 분노를 느끼지만, 회식 자리에서의 성희롱, 성추행이나 연인 또는 가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언·폭행에 대해서는 이를 심각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과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이제는 일상적인 공간과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폭력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이번 여성폭력 추방 주간에도 함께 마음과 노력을 모아 행동한다면 여성폭력이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로 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얼마 전 KBS에서 방송된 서울의 유명한 집창촌인 미아리텍사스 입구에서 약국을 개업한 후, 22년 동안 자비와 스토리펀딩 모금액으로 온갖 폭력에 시달리는 성매매여성들을 물심양면으로 돌보며 재활을 돕는 이미선 약사님의 감동적인 얘기를 접한 적이 있다. ‘인간다운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나도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사회적 약자와 나누는 삶을 살고 있을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선천성심장병을 이겨낸 우리 딸이 이렇게 건강한 데...세상에는 감사한 분들도 참 많단다.’라는 엄마의 말씀처럼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눔으로 기적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에게 내가 기적이었듯! 1125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여성폭력의 실태를 세상에 알리고 애쓰는 사람들을 기억해야하며, 여성 및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까지 생각하고 응원메시지라도 쓰며 동참하는 등 뜻깊은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문경여고  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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